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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호

박철호(Park Chelho, b. 1965)는 30대 초반, 새로운 미술을 좇아 떠난 미국 펜실베니아에서 개인의 실존에 대한 감각을 탐구했다. 초기작에 나타나는 거칠고 검은 형태의 새는 그때 느꼈던 좌절감과 다시 찾아올 희망에 대한 기대감을 내포한다. 기법적으로는 날카로운 선을 마구 긋는다든가, 납으로 만든 오브제에 파라핀을 가득 부어 화면에 두터운 마티에르를 쌓는 등 표출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작가 활동을 지속하며 작가의 탐구 대상은 개인에서 점차 자연으로 옮겨갔다. 일렁이는 물결과 윤슬, 바람결에 스치는 나뭇가지 등 온통 자연의 결로 가득한 최근작이 그 결과물이다. 얇은 린넨에 주로 푸른색을 얇게 긋거나, 뭉툭하게 바르되 투명하게 물들이는 듯한 터치로 완성한 화면은 단순하고 가볍지만 존재의 현현으로 가득하다. “자연은 곧 비움이고 완전한 존재이다. 온전히 다 비울 수 있을 때 내 작품에 비로소 완전함이 생성된다”는 작가의 말에는 이러한 화면을 완성하기까지 그가 거듭한 고민과 실험의 흔적이 묻어난다. 내면에서 바깥으로, 채움에서 비움으로 향한 그의 원숙한 회화는 존재의 본질이 ‘나’에게가 아니라 ‘우리’에 있음을, ‘욕망’보다 ‘자유'에 있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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