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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현

전병현 (b. 1957)은 파리 유학 시절을 기점으로 한국적 요소에 대해 깊게 고찰했으며 귀국 후 20여 년 동안 한지를 주 재료로 삼았다. 그는 한지 장인이자 무형문화재인 류운영 옹에게 닥나무 종이를 지원받아 평면, 부조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제작했다. 전병현은 석고 틀로 만든 한지 부조에 황토와 돌가루로 마티에르(matière)를 올린 후, 전통 안료를 사용하여 채색하는 과정을 거쳐 작품을 완성한다. 그는 주로 민족의 정신을 상징하는 ‘백자’를 사용함으로써 한국적 정취를 자아내는 화면을 구현했다. 또한 주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재인 ‘꽃’을 사용하여 일상적이고도 싱그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뿐만 아니라 작가는 한지를 찢는 방식을 통해 정물 혹은 인물의 형상을 만드는 등 기존의 회화적 개념에서 벗어난 독창적인 작업 방식을 선보였다. 그는 주제와 소재, 재료면에서 전작이 담고 있던 한국적 감성의 끈을 유지하면서도 새롭게 변화된 화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작가는 립스틱과 같은 이색적이고도 친근한 매체와 한지를 결합하는 등 다채로운 작품세계를 펼치고 있다. 그는 세계 각지의 사람들로부터 그들이 더 이상 쓰지 않는 립스틱을 제공받아 한지 위에 손가락으로 문질러 인물의 형상을 만들어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소비사회의 단면, 즉 인간이 지닌 치장 욕구와 자신을 드러내려는 욕망, 이를 통한 끊임없는 소비 행태 등을 표현했다. 이로써 전병현은 한지라는 전통적 매체를 꾸준히 탐구함과 동시에 현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소재 또한 작업에 적용함으로써 자신의 작품세계를 확장하며 대중과의 소통할 기회를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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