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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연미

'숲의 화가'라는 별명을 가진 변연미는 자연과의 교감, 신체의 감각, 그리고 존재의 흐름을 회화적으로 풀어내며 자신만의 작업 세계를 구축해 왔다. 뱅센느 숲을 매일 산책하던 프랑스 유학 시절, 1999년 태풍 로타르로 무너진 숲의 모습을 마주한 경험은 작가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고 자연의 압도적인 힘 앞에 선 인간의 유한함을 깨달은 경험은 변연미 작가의 회화 전반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작가에게 숲은 외부의 풍경이자 내면의 사유 공간이다. 자연과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초적인, 태초 숲의 모습을 캔버스 가득 담으면서 자연의 구체적 요소를 포착한다. 나무의 형상, 식물의 줄기, 가지의 배열은 추상적인 숲에서 현실적 감각을 제공하고 공간적 몰입의 회화적 장으로 작동한다. 반복적이고 중첩된 붓질, 유기적으로 숨 쉬는 화면, 계절과 시간의 변화를 담아내는 색채는 변연미가 몸으로 받아들인 자연의 감각이 회화가 되어 화면 위에 펼쳐진다. 리듬과 운동감, 밀도와 감각의 흐름으로 가득 차 있는 작품을 마주한 관람자는 정지한 이미지가 아닌 생동하는 리듬과 시간성을 경험하게 된다. 숲 시리즈는 초기 <검은 숲>에서 <다시 숲>으로 이어지며 변화를 거듭했다. <검은 숲>은 색이 갖는 충만함보다 헤아릴 길 없는 공간(깊이)을 나타내는 데 몰두한 작업으로 자연의 압도적인 힘과 그에 대한 경외를 드러냈다면, <다시 숲>에서는 인간과 자연의 회복적 관계를 암시하며 더욱 생명력 있는 화면으로 변화함으로써 숲은 이제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감각과 생명이 깃든 존재로 등장한다. 변연미는 황폐한 죽음의 숲이 녹색 숲으로 다시 살아났다는 의미를 담은 <다시 숲>을 통해 보다 정서적이고 감각적인 회화의 흐름을 선보인다. 또한 숲 작업에서 독특한 재료 사용이 눈에 띄는데, 커피 찌꺼기, 모래, 안료 등을 섞어 만든 물감을 손으로 밀어 색을 바르는 작업 방식은 화면에 생생한 물질감을 부여한다. 재료의 물성은 숲의 생명력과 시간의 층위를 시각화하며 자연과 인간 존재의 상징으로 확장한다. 하늘로 치솟는 나무의 형상은 운명에 대항하는 의지를 드러내고, 생명에 대한 사유와 깊은 교감을 불러일으킨다. 꽃 시리즈는 숲 보다 더 강렬하고 자유로운 감각의 흐름이 드러난다. 작가에게 꽃은 감정과 신체의 움직임이 집적된 회화적 제스처의 결과물이다. 화면에 흘러내린 물감은 그 자체로 행위의 흔적이 되고, 반복적인 붓질은 감각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꽃은 단순한 시각적 대상이 아닌 감정을 밀어내는 주체가 된다. 화면 속에서 보이는 자유로운 붓질과 강렬한 색채, 붓에서 터져 나오는 제스쳐는 억눌려 있던 감각의 해방처럼 느껴진다. 변연미에게 있어 꽃은 생명을 상징하는 이미지이자 작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수행의 장이다. 감정과 에너지, 신체와 회화가 혼재하는 화면 속에서, 색은 작가의 언어가 되어 폭발 직전의 감정을 전달하고, 회화는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로 변화한다. 숲에서 꽃으로 이어지는 변연미의 작업은 '무엇을 그리는가?'보다 어떻게 그리는가에 대한 탐구로 보인다. 자연을 바라보되 그것을 재현하지 않고, 몸으로 느낀 감각을 회화로 번역하는 변연미 만의 방식은 지극히 신체적이고 감각 중심적이다. 숲 시리즈는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회화의 리듬을 발견했다면, 꽃 시리즈는 그 리듬이 감정의 언어로 확장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변연미의 회화는 더 이상 정적인 이미지가 아니다. 그것은 생명처럼 숨 쉬고, 감각처럼 진동하며, 끊임없이 우리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체계를 건축하는 회화를 갈망하고 몰두해왔다. 그렇게 스스로를 구속하고 난 뒤, 이제 내가 원하는 것은 자유로운 붓질임을 알게 되었다. 무엇인가 애써 표현하려는 강박과 욕망을 떨쳐내며, 색의 아름다움을 몸으로 느낀다. 정신을 밀어 올리는 속도를 느낀다... “ - 2024년 작가노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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