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소 - 소멸하며 태어나다 1. 한 장의 신문지로부터 한 장의 신문지가 놓여 있다. 남자는 신문을 ‘읽는’ 대신 잠잠히 바라보다가 볼펜으로 그 위에 빽빽하게 일직선을 긋기 시작한다. 끝을 알 수 없는 암흑 속으로 검은 활자들이 하나 둘 숨겨지고 지워지며 흰 여백조차 모두 사라질 때까지. 그리고는 말없이 연필을 손에 쥐고 그 위에 다시 선을 긋기 시작한다. 검은 흑연이 검은 볼펜 잉크를 완전히 덮다 못해 거의 헤진 걸레처럼 될 때까지 집요하면서도 초연하게. 또 한 장의 신문지가 있다. 남자는 신문 활자들의 전해주는 내용에는 아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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