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화 : 모든 일은 그렇게 말을 시작한다. 타오른다. 피어오른다.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것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길 위에 첫발을 내딛는 일과 닮아 있다. 무엇을 바라볼 것인지,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지, 그리고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할 것인지 고민하며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 때로는 익숙한 길을 따라 걷고, 때로는 그 길을 벗어나 새로운 방향을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마주한 고민과 선택은 하나씩 화면위에 자리를 잡았다. 이름 붙지 않은 감각이 화면 위에 머물고, 한 번의 붓질이 또 다른 흔적을 불러온다. 겹쳐진 색과 지워진 자국 사이에서 서서히 장면이 생겨난다. 생각은 형태를 얻고, 기억은 색으로 되돌아오며, 설명하기 어려운 감각은 말보다 먼저 화면 위에 피어난다. 생각은 이미지가 되고, 경험은 작업 안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렇게 그림은 하나의 목소리가 된다. 이야기의 막이 오르면 말 사이로 색이 피어오른다. 그 색을 따라 걸음을 옮길 때마다 새로운 화면이 열리고, 그 안에서 시간과 기억, 감각과 시선이 모습을 드러낸다. 서로 다른 곳에서 시작된 발화들은 이곳에서 만나 하나의 흐름을 이룬다. 졸업을 앞둔 지금, 우리는 지나온 시간과 아직 정해지지 않은 시간이 맞닿는 자리에 서 있다. 지금까지 그려온 화면을 뒤에 두고 다음 화면을 향해 다시 시작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곳에 남은 작업과 경험은 하나의 결론이라기보다 앞으로 이어질 것들을 품은 흔적에 가깝다. 그 위에서 푸른빛이 번져간다. 가장 뜨거운 불꽃은 푸른빛을 띤다. 이 전시의 푸른색은 차가움의 색이 화면 앞에서 쌓아온 열기의 색이다. 칠하고 덮고, 지우고 다시 그리는 동안 남은 시간의 온도이자 한 장면을 만들어내기 위해 머물렀던 마음의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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