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과 인간 존재의 경계를 탐구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정승은 설치, 미디어 조각, 인터랙티브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과학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시도해 왔다. 생명과 정보, 인간과 기계, 물질과 비물질의 관계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중심으로 구성된 그의 작업은 예술을 통해 확장된 각각과 인식의 지점을 구현하는데 중심을 둔다. 과학자, 공학자, 개발자 등과 협업하여 생명체의 생육 과정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시각, 청각, 퍼포먼스 등 다양한 형태로 변환하는 과정으로 구성된 작업은 수집한 데이터를 특수 제작된 소프트웨어를 통해 실시간 처리하고, 그 결과물이 자율적으로 움직이거나 관객의 반응에 반응하는 인터랙티브한 작업으로 구현된다. 이 과정을 통해 정승은 기술의 기능적 활용을 넘어 감각과 공감,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확장해 나간다. 정승의 초기 작업은 전기 없이 작동하는 간단한 장치나 일상 오브제를 활용한 설치 중심의 작업이었다. 이 시기 그는 사회적 풍경과 인간 군상을 유머러스하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작품에 담았고, 관객과의 물리적 소통을 적극적으로 유도했다. 이후 2016년을 기점으로 기술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디지털 기반의 조형 실험으로 확장된다. 특히 우주 공간과 생명체, 데이터를 키워드로 시각 예술과 과학기술을 결합한 실험적 프로젝트들을 본격화하면서 ‘우주는 무수한 정보들로 채워져 있으며, 모든 개체는 흔적(Data) 또는 영향력(Force)을 남긴다’는 가설에서 출발한 정승의 예술은 ‘데이터 불변의 법칙’을 베이스로 정보의 정밀성과 그 창의적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를 통해 정승은 ‘데이터 굴절’이라는 개념을 제안하고 기존의 정보 활용 방식에 새로운 예술적 해석을 더한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에 소개하는 정승의 작품들은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예술 언어로 전환하는 작가의 오랜 실험이 집약된 결과물이다. 특히 군집지능(AI swarm intelligence), 실시간 센서 인터랙션, 데이터 기반 알고리즘이 결합한 작품들은 단순히 기술적 장치를 넘어 하나의 생명체와 같은 존재로 기능한다. 〈레 썽띠넬(Les Sentinelles)〉은 특정 지역의 환경적 요소, 관람자의 움직임, 음향 반응 등을 데이터로 수집하여 구조적 리듬과 시각적 조형이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인터랙티브 키네틱 오브제이다. LED 조명과 서보 모터, 증폭 음향 시스템 등 다양한 매체가 혼합된 형태로 각각의 데이터 소스가 모듈에 영향을 미치고 전체 구조가 마치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진동하고 반응한다. ‘디지털 맥박’이라는 개념을 적용한 이 작업은 물리적 생명체의 심장박동에 비유되는 기계적 리듬을 통해 ‘감각하는 기계’를 구현하는 시도라 할 수 있다. 단순 반복이 아닌, 감각 데이터와 환경 정보에 의해 조율되는 맥박은 각 조형 유닛의 자율성과 전체 구조의 집단적 유기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데이터의 굴절(Refraction of Data)〉은 정보의 흐름과 전이를 시각화한 미디어 설치 작품으로, 작가가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정보의 비물질화와 감각화’ 개념이 핵심을 이루는 작업이다. 시청각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감지된 정보가 비정형적인 시각ㆍ청각적 형태로 변환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예측 불가능한 패턴을 통해 인간의 인식 구조를 담아낸다. 정승의 군집 지능은 인간 사회 혹은 자연계의 생명체가 보여주는 비언어적 협업과 질서에 대한 예술적 메타포이다. 개별 모듈은 독립적으로 데이터를 수신하고 반응하지만 하나의 네트워크 안에서 전체 구조를 구성하며 조화롭게 상호 작용한다. 이것은 인간의 개체성과 사회 시스템 간의 긴장 관계, 그리고 기술이 매개하는 새로운 유기적 질서에 대한 예술적 응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승은 기술 장치를 ‘도구’가 아닌 ‘존재’로 확장하는 작업으로 데이터, 감각, 생명, 의식이 교차하는 새로운 미학적 패러다임을 제안하고 기계적 존재와의 ‘조응’하는 경험을 통해 인간과 기술 사이의 공진화(co-evolution)에 대한 사유를 이끌어낸다. “개인적으로 영화 ‘매트릭스’라던가 ‘공각기동대’, 혹은 왕가위 감독의 ‘타락천사’ 등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가상공간과 현실이 서로 맞닿아 있고 현실은 가짜고 실제 매트릭스가 현실인 그런 것 들… 이 영화들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작업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고, 당시에는 기술 등이 상용화가 덜 되어 어려운 부분이 최근에는 많이 발전되어 작품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내 작품을 통해 어떤 새로운 세상을 관객들로 하여금 볼 수 있게 유도하는 안내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싶다.“ - 2023년 작가인터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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