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문민은 직접 만든 재료들을 이용해 자신과 주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재구성한 작품을 제작한다. 그는 닥죽을 겹겹이 쌓아 단단하고도 가벼운 비정형의 공백을 준비하고, 그 위에 금속성 템페라라고 이름 붙인 탁색의 안료로 그림을 그린다. 뭉개진 수평선 위에 걸린 달, 시간도 알 수 없는 밤 방에 누워 바라보았던 천장의 실루엣, 나 대신 누군가 보았을 강물의 주름. 이름도 주인도 없는 장면은 아주 천천히 작가의 손을 거쳐 요철이 있는 이미지가 된다. 그에게 현실은 너무 많은 것들이 중첩되어 한눈에 명료하게 파악할 수 없는 불투명한 덩어리와 같은 것이다.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었거나 소셜미디어에서 우연히 스쳐 갔던 이미지 단편들은 빛이 바랜 듯한 안개 속의 장에서 겹쳐지고 뒤섞여 추상에 가까운 화면으로 변모한다. 회화의 가장자리를 타고 흐르며 때로 조각과 설치의 용법을 차용하는 그의 작업은 실재와 허구, 진실과 오독, 기억과 사실 사이의 낙차에 대해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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