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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률

박항률(b. 1950)은 단아한 색채와 서정적 표현을 통해 고요하고 평안한 분위기를 자아냄으로써 감상자에게 내면의 안식처를 제공한다. 그의 초기 작품들은 기하학적 추상이 주를 이루었지만, 시집 발간 이후부터 소녀와 소년, 새, 나비, 상상 속 동물 등을 등장시키며 구상적 요소를 삽입하기 시작했다. 박항률의 작품 속 특정 대상들은 작가의 개인적 경험에서부터 비롯된 것으로, 이들은 꿈, 천상 등의 상상 속 세계와 현실을 잇는 매개체로서 화면에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소녀’는 그가 제일 즐겨 그린 주제인데 박항률의 소녀는 그의 누이, 사촌, 어머니를 반영한 형상이다. 반듯한 이마와 단정한 콧대, 고운 입매를 한 화면 속 소녀는 고요한 모습을 한 채로 자연 풍경과 어우러져 숭고한 자태를 드러낸다. 이 밖에도 작품 속에서 주요 모티브로 등장하는 나비, 새, 꽃 그리고 고구려 벽화 속에 나오는 상상의 동물들은 작가 특유의 부드러운 색조와 정적인 묘사로 동화적 세계를 만들어낸다. 작가는 이러한 대상을 조화롭게 배치하여 자연과 인간, 사물의 물아일체적 세계관을 표현한다. 그가 작품에 담아낸 평온한 세계관은 고요하고 정적인 화면의 연출과 함께 감상자에게 명상의 기회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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